오래된 통증에 침 치료 연구는 어디까지 나와 있나요
세계 각국의 임상시험 원자료를 한데 모아 다시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39건, 20,827명분. 그리고 미국내과학회는 요통에 약보다 침을 먼저 쓰라고 권고했습니다.
허리와 목이 아파 병원을 찾으면 대개 소염진통제와 물리치료로 시작합니다. 그것으로 가라앉는 통증이 있고, 몇 달이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통증이 있습니다.
후자를 겪고 계신 분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던지시는 물음이 하나 있습니다. "침이 정말 듣긴 하나요."
그 물음의 답은 이미 학계에 나와 있습니다. 저희가 수행한 연구는 아닙니다. 흩어져 있는 자료를 읽고, 지금까지 무엇이 밝혀져 있는지 여기 옮겨 둡니다.
논문의 요약값이 아니라, 환자 한 사람씩의 원자료
만성 통증과 침 치료는 개별 연구를 넘어 각국의 임상시험 원자료를 한데 모아 다시 분석한 연구가 존재하는 분야입니다. 여러 나라 연구진이 모인 Acupuncture Trialists' Collaboration이 그 작업을 했고, 2018년 갱신본은 39건의 무작위 대조시험, 20,827명분의 개인 환자 자료를 다뤘습니다.1
이 방식은 논문에 실린 요약값만 모으는 일반적인 메타분석보다 한 단계 위에 놓입니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원자료를 직접 다루므로, 연구 사이의 차이를 통제한 상태에서 효과의 크기를 잽니다.
세 영역 모두에서, 그리고 1년 뒤에도
침 치료를 받은 환자는 받지 않은 환자보다 뚜렷하게 덜 아팠습니다. 요통·경항통, 골관절염, 만성 두통 세 영역 모두에서 그랬습니다.
효과크기(무치료 대비)
효과크기(무치료 대비)
효과크기(무치료 대비)
더 눈여겨볼 것은 그 효과가 오래 갔다는 점입니다. 치료가 끝나고 1년이 지난 시점에도 효과의 85%가 남아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침의 효과가 플라세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만성 통증 환자에게 침 치료를 권하는 것은 타당한 선택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1
미국내과학회가 순서를 바꾼 해
미국내과학회(ACP)는 2017년 진료지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급성·아급성 요통에는 약을 쓰기 전에 침을 포함한 비약물 치료를 먼저 선택하라고 강한 권고(strong recommendation) 로 명시했고, 만성 요통에서도 침을 1차 선택지에 넣었습니다. 소염진통제는 비약물 치료로 충분하지 않을 때 쓰는 다음 순서로 내려갔습니다.2
진통제가 먼저가 아니라는 말을, 한의계가 아니라 내과 학회가 지침에 적었다는 점이 이 문서의 무게입니다.
약침과 추나는 어디까지 와 있나
약침은 만성 경항통에서 물리치료보다 나은 결과를 냈습니다. 만성 경항통 환자 101명을 두 갈래로 나눠 직접 맞붙인 실용적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2주간 8회 치료 후 5주차 평가의 통증 점수·목 장애 지수·환자가 느낀 호전도가 모두 약침군에서 앞섰고, 이 차이는 12주 추적에서도 유지되었습니다.3
추나요법은 66건·6,170명을 모은 분석에서 가짜 치료보다, 그리고 견인·약물·물리치료보다 통증을 더 줄였습니다.4 국내에서는 이러한 근거 검토를 거쳐 2019년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되었습니다.
교통사고 뒤의 편타성 손상에서도 방향은 같습니다. 급성 편타성 손상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한의 통합치료에 동작침을 더한 군이 5일 만에 통증 점수에서 유의하게 앞섰습니다.5
약보다 먼저 놓인 치료
통증은 두 갈래로 갈립니다. 며칠 만에 낫는 통증과, 약을 먹는 동안만 잠시 편해지고 되돌아오는 통증입니다.
두 번째 통증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개인환자자료 분석과 미국내과학회 진료지침이 나란히 가리키는 답이 침 치료입니다. 효과가 확인됐고, 1년 뒤에도 남아 있었고, 약보다 먼저 시도하라고 권고된 치료입니다.
여기에 약침이 통증 부위에 직접 작용하고, 추나요법이 통증을 만들어 낸 척추·골반의 축을 다룹니다. 진통제가 통증 신호를 가리는 동안, 한의치료는 그 통증을 만든 자리를 다룹니다.
연구와 진료 사이
다만 연구와 진료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임상시험은 정해진 방식을 여러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해 평균을 재고, 진료실은 눈앞의 한 사람을 봅니다. 같은 요통이라도 아픈 자리가 다르고, 원인이 다르고, 몸의 바탕이 다릅니다.
그래서 논문의 시술 방식을 그대로 옮겨 놓지는 않습니다. 이 자료들은 방향을 알려 주는 지도이고, 그날의 치료는 진찰에서 정합니다. 아픈 자리를 손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근골격 초음파로 함께 봅니다. 침과 약침으로 통증을 다루고, 틀어진 축은 추나요법으로 접근합니다(건강보험 적용). 오래 앓아 바탕이 약해진 분은 한약을 병행합니다.
참고문헌
- 1Vickers AJ, Vertosick EA, Lewith G, MacPherson H, Foster NE, Sherman KJ, Irnich D, Witt CM, Linde K; Acupuncture Trialists' Collaboration. Acupuncture for chronic pain: update of an individual patient data meta-analysis. The Journal of Pain 2018;19(5):455-474. DOI 10.1016/j.jpain.2017.11.005
- 2Qaseem A, Wilt TJ, McLean RM, Forciea MA; Clinical Guidelines Committee of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Noninvasive treatments for acute, subacute, and chronic low back pain: a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rom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7;166(7):514-530. DOI 10.7326/M16-2367
- 3A comparative study of the effectiveness of pharmacopuncture therapy for chronic neck pain: a pragmatic,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2022;11(1):12. DOI 10.3390/jcm11010012
- 4Lee NW, et al. Chuna (or Tuina) manual therapy for musculoskeletal disorder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7;2017:8218139. DOI 10.1155/2017/8218139
- 5Kim D, Park KS, Lee JH, et al. Intensive motion style acupuncture treatment (MSAT) is effective for patients with acute whiplash injury: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2020;9(7):2079. DOI 10.3390/jcm90720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