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던데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걱정입니다. 이 물음에는 국내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조사가 있고, 숫자가 나와 있습니다.
한약을 지을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입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확인할 길이 없으니 계속 마음에 남는 이야기지요.
이 물음에는 답이 나와 있습니다. 저희가 한 연구는 아니고, 국내 연구진이 대규모로 조사해 학술지에 실은 것을 읽고 옮깁니다.
전국 열 곳에서 1,001명을 추적한 조사
전국 상급 한의 의료기관 10곳에서 한약을 복용한 입원환자 1,001명의 간 효소 수치를 주기적으로 재고, 국제 기준(RUCAM)으로 판정한 연구가 2017년 국제 독성학 학술지에 실렸습니다.1
입원환자
발생률 (95% CI 0.12–1.08)
의료기관 수
한약과 관련된 간 손상으로 판정된 사례는 1,001명 중 6명, 0.60%였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국 규모·전향적으로 잰 숫자입니다.
3만 명대 자료에서도 같은 방향
근골격 질환으로 한의 의료기관 7곳에 입원한 32,675명 가운데, 입원할 때와 퇴원할 때 간기능 검사를 모두 받은 6,894명을 따로 뽑아 살펴본 연구도 있습니다.2
눈여겨볼 것은 입원 시점에 이미 간 수치가 나빴던 354명입니다. 이분들이 한약을 복용하고 퇴원할 때,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더 나빠진 사례는 9명이었습니다. 오히려 입원 때 354명이던 간 손상이 퇴원 때는 217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럼 걱정할 것이 없나
있습니다. 다만 걱정하실 자리가 다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약재, 그리고 진찰 없이 남의 처방을 그대로 따라 드시는 경우입니다. 산에서 캔 것, 지인이 좋다고 준 것, 인터넷에서 산 것 — 이런 것들이 사고의 자리입니다.
저희가 쓰는 한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을 통과한 의약품용 규격품뿐이고, 조제는 원외탕전실에서 합니다. 한약재는 의약품용과 식품용이 따로 관리되며, 한의원 처방에는 의약품용만 씁니다.
진찰이 안전의 절반입니다
숫자가 낮다는 것은 아무나 아무 약이나 먹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진찰하고 지은 약은 그만큼 관리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간이나 콩팥을 치료받고 계신 분, 드시는 약이 여러 가지인 분은 처방 전에 꼭 알려 주세요. 그 정보를 알고 짓는 것과 모르고 짓는 것의 차이가 위 숫자를 만듭니다. 필요하면 복용 전후로 간 수치를 확인하고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참고문헌
- 1Cho JH, Oh DS, Hong SH, et al. A nationwide study of the incidence rate of herb-induced liver injury in Korea. Archives of Toxicology 2017;91(12):4009-4015. DOI 10.1007/s00204-017-2007-9 · PMID 28634823 — 전국 10개 기관 입원환자 1,001명 전향 추적, RUCAM 판정.
- 2Lee J, Shin JS, Kim MR, et al. Liver enzyme abnormalities in taking traditional herbal medicine in Korea: a retrospective large sample cohort study of musculoskeletal disorder patients.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5;169:407-412. DOI 10.1016/j.jep.2015.04.048 · PMID 25956676 — 입원환자 32,675명 중 간기능검사 6,894명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