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어려운 밤과 새벽에 깨는 밤은 뭐가 다른가요
방향이 반대입니다. 못 드는 밤은 가라앉힐 것이 있는 몸에서, 새벽에 깨는 밤은 채울 것이 있는 몸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새벽 세 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져요. 그 뒤로는 뜬눈이에요." > "저는 반대예요. 눕고 나서 한두 시간은 뒤척여야 겨우 잠들어요."
진료실에서 듣는 불면의 호소는 이렇게 저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여기에 답의 실마리가 있습니다.
세 얼굴
같은 "잠을 못 잔다"여도 자세히 여쭤 보면 세 갈래로 나뉩니다.
- 잠들기 어려운 분 — 누워 삼십 분, 한 시간이 지나도 정신이 말짱합니다
- 자다 자주 깨는 분 — 잠은 드는데 얕아서 몇 번씩 깨고, 꿈이 많아 잔 것 같지 않습니다
- 새벽에 일찍 깨는 분 — 새벽 서너 시에 눈이 떠지면 다시 잠들지 못합니다
겹쳐 오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 도드라지는지가 진찰의 중요한 단서입니다.
문 앞에서 막히는 밤과, 붙들지 못하는 밤
한의학에서 잠은 낮 동안 밖에서 일하던 정신이 밤이 되면 피(血) 속으로 돌아와 쉬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그림에 서면 두 밤의 차이가 또렷해집니다.
정신을 들뜨게 하는 열이 남아 있으면 잠자리에 들어서지 못하고, 정신이 깃들 피가 모자라면 든 잠을 끝까지 붙들지 못합니다.
문 앞에서 막히는 밤과, 들어가긴 했는데 끝까지 붙잡아 두지 못하는 밤 — 겉보기엔 같은 불면이어도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릅니다.
잠 못 드는 밤은 머리의 열이 식지 않은 밤입니다. 눕는 순간 낮의 일이 밀려오고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얼굴이 자주 달아오르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지요. 물이 졸아든 냄비에 불만 센 형국입니다. 몸을 가라앉혀 주는 물(陰)이 줄어든 채 열이 위로 떠서 밤이 되어도 머리가 식지 않습니다. 이런 밤은 뜬 열부터 가라앉혀야 잠의 문이 열립니다.
자다 깨는 밤과 새벽에 깨 버리는 밤은, 잠을 붙들어 둘 힘이 모자란 밤입니다. 붙드는 힘이 달리면 우선 잠이 얕아집니다 — 꿈이 많아지고 밤새 몇 번씩 깨지요. 더 달리면 연료가 이른 새벽에 바닥나듯 잠이 아예 끊겨 세 시 네 시에 눈이 떠집니다. 입맛이 없고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늘 기운이 없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밤은 모자란 것을 채워야 잠이 새벽까지 이어집니다.
옛말에 생각이 지나치면 비(脾)를 상한다고 했습니다. 걱정이 많은 분에게 잦은 유형입니다.
그래서 치료 방향이 갈립니다
| 잠들기 어려운 밤 | 새벽에 깨는 밤 | |
|---|---|---|
| 몸에서 벌어지는 일 | 열이 떠 있다 | 붙들 것이 모자라다 |
| 방향 | 가라앉힌다 | 채운다 |
| 함께 오는 것 | 얼굴 달아오름, 예민함 | 입맛 없음, 두근거림, 기운 없음 |
불면에 좋은 약을 진찰 없이 답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방향이 반대인 두 상태에 같은 약을 쓸 수는 없습니다.
숫자와 출처는 불면에 쓰는 한약도 연구가 있나요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바탕이 되는 다섯 가지
- 일어나는 시간을 고정하세요. 잠드는 시간은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기상 시간은 정할 수 있습니다. 아침이 일정해야 밤이 따라옵니다
- 잠자리에서는 잠만 자세요. 누워서 휴대폰을 보면 몸은 침대를 '깨어 있는 곳'으로 기억합니다
- 낮에 햇빛을 쬐고 몸을 움직이세요. 낮이 환하고 부지런해야 밤의 잠이 깊어집니다
- 술로 잠을 청하지 마세요. 술은 잠드는 것을 도울지 몰라도 새벽잠을 깨뜨립니다. 새벽에 깨는 분일수록 손해입니다
- 새벽에 깼다면 시계를 보지 마세요. '벌써 세 시네' 하는 계산이 정신을 한 번 더 깨웁니다
먼저 내 불면의 얼굴부터
잠들기가 어려운지, 자다 깨는지, 새벽에 깨는지 — 그것만 알아도 다스릴 길이 함께 보입니다.
지금 수면제를 드시는 중이라면 갑자기 끊지 마시고, 드시는 약을 그대로 알려 주세요. 함께 볼 때 가장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