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보약은 언제 먹이나요
소아 보약은 달력이 아니라 아이가 정하는 약입니다. 밥·잔병치레·환절기·회복 — 넷 중 하나가 걸리면 볼 때입니다.
> "애가 하도 밥을 안 먹어서요. 보약이라도 한번 먹여 볼까 하는데, 언제가 좋은가요?"
소아 보약은 달력이 아니라 아이가 정하는 약입니다. "봄가을에 한 재"라는 말씀을 많이 듣지만, 화분에 물을 주는 때가 달력이 아니라 흙이 말랐을 때인 것처럼요.
이 넷 중 하나가 걸리면
진료실에서 보약 상담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은 대개 이런 모습입니다.
- 밥 — 또래보다 유난히 안 먹고, 앉혀 놓아도 깨작거리다 만다
- 잔병치레 — 감기를 달고 살고, 한 번 걸리면 유난히 오래 간다
- 환절기 — 철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한 번씩 앓고 지나간다
- 회복기 — 감기나 장염을 크게 앓고 난 뒤 입맛과 기운이 돌아오지 않는다
넷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가 가진 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채우고 돌리는 쪽이 처져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 먹이나
보약이 겨냥하는 것은 병 하나가 아니라 바탕입니다. 아궁이에 새 장작을 넣어도 밑불이 죽어 있으면 타지 않듯이요. 진료에서는 크게 세 가지 힘을 봅니다.
| 먹는 힘 | 입맛을 돌리고, 먹은 것을 소화해 내 몸의 재료로 삼는 힘 |
| 견디는 힘 | 환절기와 단체생활의 잔병에 덜 흔들리는 힘 |
| 되돌아오는 힘 | 앓고 난 뒤 입맛과 기운이 제자리를 찾는 힘 |
진찰에서 가리는 것이 이 셋 가운데 어느 쪽이 처져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처방 이름이 같아 보여도 담기는 약재와 그 무게는 아이마다 달라집니다.
몇 살부터, 얼마나
몇 살부터 — 돌 무렵부터 아이에게 맞는 용량과 제형으로 조절해 드릴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양을 줄이고 맛과 형태를 맞춥니다.
얼마나 — 한 재(약 한 달치)를 한 단위로 보고 아이의 상태와 계절에 따라 조절합니다. 사시사철 달고 사는 약이 아니라 모자란 때를 골라 채우는 약입니다.
영양제와 함께 — 역할이 다릅니다. 영양제가 재료를 더하는 쪽이라면, 보약은 그 재료를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몸의 힘을 다루는 쪽입니다. 무엇을 먹이고 계신지 알려 주시면 겹침 없이 정리해 드립니다.
감기약을 먹는 중이라면 — 복용 중인 약은 꼭 말씀해 주세요. 확인하고 복용 시기와 간격을 정해 드립니다.
형제라도 나눠 먹이지 않습니다. 같은 "안 먹는 아이"라도 속이 찬 아이와 열이 많은 아이는 처방이 다릅니다. 좋다는 것을 이것저것 더하기보다, 지금 이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를 정확히 확인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보약이 밥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식사와 잠이 그릇이고, 보약은 거기에 담기는 것입니다. 그릇부터 챙겨 주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소아 보약은 날을 잡아 치르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아이가 신호를 보낼 때 모자란 곳을 확인하고 채워 주는 약입니다. 밥·잔병치레·환절기·회복 가운데 하나라도 마음에 걸리셨다면 지금이 살펴볼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