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한약을 먹이면 키가 크나요
저희는 한약에 '키 크는 약'이라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습니다. 다만 키의 재료가 되는 '잘 먹는 것'에는 무작위 시험 205편이 쌓여 있습니다.
성장을 걱정해 오시는 부모님께 가장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연구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대로 정리해 드립니다.
저희가 붙이지 않는 이름표
먼저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저희는 한약을 '키 크는 약'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잘 먹고, 덜 아프고, 깊이 자는 바탕을 한약이 받쳐 주면, 아이는 제가 가진 성장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 바탕 하나하나에 연구의 뒷받침이 있습니다.
성장의 첫걸음 — 잘 먹는 것
키가 자라려면 먼저 잘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소아 성장 한약이 겨냥하는 첫 자리가 식욕부진이고, 여기에 근거가 가장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한국한의학연구원·경희대학교)이 12개 데이터베이스를 훑어 소아 식욕부진에 한약을 쓴 무작위 대조시험 205편을 모아 분석한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실렸습니다.1
무작위 대조시험
95% CI 1.34–1.85
중대한 이상반응
위약과 비교했을 때 증상이 좋아진 비율이 한약 쪽에서 유의하게 높았습니다(RR 1.58, 95% CI 1.34–1.85). 다른 치료와 비교한 시험들에서는 증상뿐 아니라 신체 계측치, 위장 기능 관련 혈액 지표, 영양 지수가 함께 개선되었고 재발률은 더 낮았습니다. 한약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1
잘 안 먹던 아이가 제대로 먹게 되는 것 — 성장의 재료를 채우는 이 첫걸음에 근거가 있다는 뜻입니다.
처방 하나를 들여다보면 — 육미지황탕
성장기 아이에게 자주 짓는 처방 중 하나가 육미지황탕입니다. 이 처방을 성장기 동물 모델에 쓴 실험이 있습니다.2
뼈가 길이로 자라는 속도(성장판의 성장률)가 하루 523.8㎛로 대조군의 498.0㎛보다 유의하게 빨랐고, 뼈 성장을 이끄는 신호물질(IGF-1, BMP-2)이 성장판에서 더 많이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이 처방이 성장판의 연골세포 증식을 자극해 뼈의 길이 성장 속도를 높였다고 보고했습니다.2
국내 임상 자료도 모여 있습니다
국내에서 소아 성장을 다룬 한의 임상연구 19편, 어린이 1,325명분의 자료를 모아 종합한 문헌고찰이 나와 있습니다.3
그래서 무엇을 보러 오시면 되나
우리 아이가 유독 안 먹거나 또래보다 더디 자라 마음이 쓰이셨다면, 지금 무엇이 걸려 있는지부터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먹는 힘이 처진 것인지, 자주 앓느라 못 크는 것인지, 잠이 얕은 것인지 — 아이마다 걸린 자리가 다릅니다. 진찰에서 그것을 가리고 방향을 정합니다.
참고문헌
- 1Lee B, Kwon CY, Lee SH, Chang GT. Herbal Medicine for the Treatment of Anorexia in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rontiers in Pharmacology 2022;13:839668. DOI 10.3389/fphar.2022.839668 — 12개 데이터베이스 검색(2021-06까지), 무작위 대조시험 205편 포함. 위약 대비 유효율 RR 1.58(95% CI 1.34–1.85). 한약 관련 중대한 이상반응 보고 없음.
- 2The Korean herbal formulation Yukmijihwangtang stimulates longitudinal bone growth in animal models (성장판 성장률 523.8㎛/일 vs 대조군 498.0㎛/일, IGF-1·BMP-2 발현 증가). BMC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7. PMC5414215
- 3소아 성장에 대한 한의학 치료: 국내 임상연구에 대한 문헌적 고찰 (국내 임상연구 19편·어린이 1,325명분). 대한한방소아과학회지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