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은 다 보약인가요
한약이 곧 보약은 아닙니다. 기력을 채우는 보약과, 아픈 원인을 겨냥하는 치료 한약은 결이 다른 약입니다.
"한약 지어 보시겠어요?" 하고 여쭈면 이런 답이 자주 돌아옵니다.
> "보약은 아직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요."
여기에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한약이 곧 보약은 아닙니다.
곳간을 채우는 약과 과녁이 있는 약
| 보약 | 치료 한약 | |
|---|---|---|
| 하는 일 | 바닥난 곳간을 채운다 | 문제를 겨냥한다 |
| 쓰는 때 | 기력이 떨어지고, 쉬어도 피로가 안 풀리고, 큰 병을 앓고 난 뒤 | 뭉친 어혈을 흩고, 굳은 근육을 풀고, 처진 소화를 움직여야 할 때 |
| 기간 | 한 제(20일분)를 한 단위로 | 과녁에 도달할 때까지 |
침이 밖에서 뭉친 자리를 푼다면, 치료 한약은 안에서부터 그 자리를 겨냥합니다. 침과 한약을 함께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진통제가 통증 신호를 잠시 눌러 두는 약이라면, 치료 한약은 그 신호를 만들어 낸 자리 — 뭉친 어혈, 굳은 근육, 처진 소화 — 를 과녁으로 삼습니다.
같은 통증에도 처방은 갈립니다
치료 한약의 핵심은 처방이 증상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 부딪히고 삐어서 어혈이 뭉친 허리라면 어혈을 흩는 방향으로, 차고 소화까지 처진 허리라면 속을 데우며 푸는 방향으로 갑니다. 허리 때문에 오셨는데 소화를 여쭙는 이유는 허리가 아픈데 왜 소화를 물어보나요에 따로 풀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치료 한약은 진찰 없이 지을 수 없습니다. 맥과 혀와 배를 보고, 언제 심해지는지 어떤 체질인지를 물은 뒤에야 과녁이 정해집니다.
더했을 때 더 나았다
치료 한약의 근거로 자주 드는 자료가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긴장성 두통에 쓴 한약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것으로, 영어·일본어·중국어·한국어 데이터베이스를 훑어 157편 중 40편을 추렸습니다.1
기존 치료만 한 쪽 대비 · 4건
위약 대비 · 2건
연구 사이 엇갈림 없음
기존 치료에 한약을 더한 쪽이 더하지 않은 쪽보다 1.57배 나았고(95% CI 1.18–2.10, p=0.002), 위약과 비교한 분석에서도 1.49배였습니다(95% CI 1.23–1.80, p<0.0001). 이상반응은 오히려 한약을 쓴 쪽에서 더 적게 보고되었습니다.1
진통제를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했을 때 더 나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질문을 바꿔 보셔도 됩니다
"보약은 아직"이라며 미뤄 오셨다면, 물음을 이렇게 바꿔 보십시오 — 내 통증의 원인을 안에서 돕는 약이 있는가.
그 답은 진찰이 알려 드립니다. 한약이 지금 이 몸에 맞는 선택인지부터 보고, 맞다고 판단되면 무엇을 과녁으로 삼을지 말씀드립니다.
참고문헌
- 1최은지, 권찬영, 한경훈, 김종우, 정선용. 긴장성두통에 대한 한약치료: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영어·일본어·중국어·한국어 데이터베이스 검색, 157편 중 40편 선정. 위약 대비 2건 RR 1.49, 95% CI 1.23–1.80, p<0.0001, I²=0%. 기존 치료 병용 4건 RR 1.57, 95% CI 1.18–2.10, p=0.002, I²=0%. 이상반응은 치료군에서 더 적음).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15;26(4):383-406. DOI 10.7231/jon.2015.26.4.383


